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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로서의 철학은 무엇인지요?
환자를 살릴 수 있다면, 힘들어도 그 길을 가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의과대학 본과 3학년 때 존경하던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의사가 되거든
절대로 개업하지 말아라. 대학병원 교수가 될 수 없다면 종합병원에서라도 근무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지금도 100세 가까이 살아 계신 그 교수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 말씀을 계기로 개업하지 않는 진료과를 찾다가 흉부외과를 선택했습니다. 전공의
시절 동물실험을 하며 수술을 익혔고, 중환자실에서 환자의 소변량을 확인하며 밤을 지새우는 일이 일상이었습니다.
며칠씩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졸면서 퇴근했고, 너무 피곤해 걸어가다
전봇대에 부딪힐까 걱정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전문의와 교수가 된 뒤에도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50년 가까이 흉부외과 의사로 살아오면서 집에 들어간 날이 전체의 3분의 1도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휴가를 떠난 기억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간들이 결코 아깝지 않습니다.
심장수술은 단순히 병을 고치는 일이 아닙니다. 죽음의 문턱에 선 환자의
생명을 다시 삶으로 돌려놓는 일입니다. 특히 대동맥 파열이나 대동맥박리는 한순간의 지체가 생사를 가릅니다.
그래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병원이 지역에 있다는 것은 곧 누군가에게는 삶의 마지막 희망이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원광대학교병원은 전남·광주를 비롯한 인근 지역의 중증 응급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의사로서 제가 걸어온 길의 의미도 결국 그 한마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살릴
수 있는 환자를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제가 배운 의사의 길입니다.
# 지역 필수의료에 대한 생각이 무엇인지요?
수십 년 심장수술을 했지만, 3년 전부터 응급수술 시스템이 갖춰진 지금이
의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합니다.
심장수술은 크게 관상동맥우회술, 판막수술, 대동맥수술로 나뉩니다. 그중에서도 급성 대동맥박리증은 발생하면 시간을
다투는 응급질환인 만큼, 언제든 즉시 수술할 수 있는 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병원은 전라남북도 지역에서 발생하는 급성 대동맥박리증 환자에 대응하기 위한 당직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동맥박리증이 증가하는 가을과 겨울에는 비상체계를 유지하며, 환자가 언제 도착하더라도 곧바로 수술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3년 전부터는 한밤중에도 응급수술이 가능하도록 수술장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40년 넘게 심장수술을 해온 저에게는 이것이 가장 행복한 변화였습니다.
응급수술은 외과 의사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마취과와 수술장
인력, 응급실과 수술장의 신속한 연결은 물론 심장내과·신장내과 등 관련 진료과의 24시간 협진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사실 누가 한밤중에 응급환자를 수술하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외과 의사의
마음은 조금 다릅니다.
환자에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도 시스템이 부족해 수술하지 못하는 상황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전공의 부족으로 24시간 환자 관리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전담 간호사
제도가 정착되면서 상당 부분 해소됐습니다. 결국 제가 바라는 것은 하나입니다. 살릴 수 있는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시간이나 시스템의 한계 때문에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 심장혈관흉부외과
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이 무엇입니까?
살 수 있을까 싶었던 환자가 다시 일어설 때, 의사의
길을 걸어온 이유를 느낍니다.
원광대학교병원은 국내 굴지의 병원들보다 비교적 일찍 심장 이식수술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공의 부족과 심장 수술 전문의가
한 명뿐인 상황으로 현재는 수술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인력이 충분해진다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지금은 당장 눈앞의 응급·중증 심장수술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인력이 빠듯한 상황입니다.
심장외과 의사는 응급 또는 중증 심장질환으로 수술 외에는 치료 방법이 없는 환자를 자주 만납니다.
최근에는 판막중재시술이나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등이 발전하면서 수술을 받는 환자들은 오히려
더 복잡하고 중증인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수술에는 높은 기술과 풍부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오랜
경험을 쌓으면서 환자의 수술 결과와 예후를 조금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은 나이든 외과의사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수술 전에는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싶었던
환자가 수술을 받고 치료를 거치면서 조금씩 회복하는 모습을 볼 때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보람을 느낍니다. 때로는
‘이것이 하늘의 뜻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반면 수술 후 환자를 잃게 되는 일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오히려 큰 어려움 없이 회복한 환자보다, 모두가
수술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위중했던 환자가 다시 건강을 되찾는 모습이 더욱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한 생명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순간, 의사로서
느끼는 보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그 순간에는 저뿐 아니라 함께 수술하고 환자를 돌본 간호사와
의료진 모두가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구나’라는 큰 의미와 만족감을 느낍니다.
# 건강관리와 심장질환 예방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나이가 들수록 무엇을 먹을까보다 무엇을 덜 먹을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받는 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입니다. 고령 환자들은 신장을 비롯한 다른 장기의 기능도 함께 저하된 경우가 많아 수술
전후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오랜 수술 경험은 수술 자체뿐 아니라 환자의 회복 과정과 예후를 판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수술이 치료의 전부는 아닙니다. 수술 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전체 치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환자가 수술 후에도
꾸준히 치료와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지역의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들에게 특히 강조하는 것은 식습관입니다. 중년
이후에는 당분과 정제된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 음식이나 과도한 과일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인의 식생활이 과거보다 달고 자극적으로 변했고, 가공식품과
외식이 늘어난 것도 생활습관과 관련된 여러 질환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에게는 예부터 쌀이라는 훌륭한 주식이 있었습니다. 과거처럼
쌀을 중심으로 소박하게 먹던 식생활이 지금보다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음식 하나만으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위해서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만큼 ‘무엇을 줄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특히, 오랜 시간 환자들을 지켜본 의사로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거창한 건강법이 아닙니다. 평소 식습관을 돌아보고,
과하지 않게 먹고, 꾸준히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것, 결국
건강은 매일의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 후배 의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환자가 살 수 있다면, 저는 끝까지 수술실에 서고
싶습니다.
우리 병원은 다른 의료기관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응급환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대동맥박리증과 식도파열, 중증외상 등 한시라도 치료가
늦어지면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들입니다.
특히, 응급 심혈관외과 환자는 전남·광주 지역은
물론 충남 일부 지역까지 24시간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수의료의 현실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힘들고 위험한 분야라는 이유로 전공의 지원자가 줄면서 전국적으로 숙련된 심혈관외과 의사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는 어느 한 지역이나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후배 의사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힘들고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필수의료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응급환자를 살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한밤중에도
수술실로 달려가야 하고, 긴 시간 극도의 긴장 속에서 수술을 이어가야 합니다. 때로는 최선을 다하고도 환자를 살리지 못하는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다시 수술실에 서는 이유가 있습니다. 죽음의
문턱에 있던 환자가 수술을 받고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순간, 의사로서 느끼는 보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이제 나이가 들었습니다. 하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수술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면 그 자리를 지키고 싶습니다.
환자를 살리는 일. 그것이 제가 지금까지 의사로
살아온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제 삶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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